BLACK HOLE

블랙홀(black hole)은 항성이 진화의 최종단계에서 폭발후 수축되어 생성된 것으로 추측되는, 강력한 밀도와 중력으로 입자나 전자기 복사, 빛을 포함한 그 무엇도 빠져나올 수 없는 시공간 영역이다. 일반 상대성이론은 충분히 밀집된 질량이 시공을 뒤틀어 블랙홀을 형성할 수 있음을 예측한다.블랙홀로부터의 탈출이 불가능해지는 경계를 사건의 지평선(event horizon)이라고 한다. 어떤 물체가 사건의 지평선을 넘어갈 경우, 그 물체에게는 파멸적 영향이 가해지겠지만, 바깥 관찰자에게는 속도가 점점 느려져 그 경계에 영원히 닿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블랙홀은 빛을 반사하지 않기에 이상적 흑체처럼 행동한다.또한 휘어진 시공간의 양자장론에 따르면 사건의 지평선은 블랙홀의 질량에 반비례하는 온도를 가진 흑체 같은 스펙트럼의 열복사를 방출하며, 이를 호킹 복사라고 한다.


ⓒEvent Horizon Telescope Collaboration
ⓒJean-Pierre Luminet/CNRS Phototheque
ⓒCXC/SAO/NASA
ⓒInventionSky
☞Black Holes Are Out of Sight
ⓒMPE
ⓒJAMES PROVOST
ⓒInventionSky

캘커타 블랙홀(Black Hole of Calcutta)은 인도 병사들이 1756년 6월 20일 포트 윌리엄에서 사로잡은 영국 포로들을 감금했던 작은 토굴 감옥이다.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생존자의 증언에 따르면 하룻밤만에 이 방에 갇혀 있던 146명 중에서 123명이 열사병으로 사망했다고 한다. 오늘날 역사가들은 실제 사망자는 많아야 43명정도였을 것으로 추정한다. 146명이나 되는 포로들은 인도 병사에 의해 가로 세로 각각 4.3m, 5.5m 정도 되는 방에 갇혔다. 더운 날씨에다 신선한 공기도 제대로 들어오지 않는 상황에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한 방에 갇히자, 포로들은 물을 주거나 풀어달라고 애원했다. 그러나 이미 잠자리에 든 태수를 감히 깨울 생각을 하지 못한 병사들은 아침까지 포로들을 계속 가두어두었다. 결국 시간이 지나면서 방에 갇힌 많은 사람들은 열사병으로 사망하거나, 질식해서 사망하거나, 아니면 다른 사람들에게 깔려 죽었다. 포로들은 다음 날 아침이 되어야 풀려났고 시체는 도랑에 버렸다고 한다. 현대 역사가들은 이 와중에 43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되었다고 추정한다.

‘블랙홀은 공간에 패인 바닥 없는 보조개’
칼 세이건, 홍승수(역), 『코스모스』 특별판, 사이언스북스, 2006, 476p

인류 최초로 관측된 블랙홀에 '포웨히(Powehi)' 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포웨히는 '끝없이 창조되는 어둠의 원천이자 깊이를 알 수 없는 어두운 창조물' 이라는 의미다. 18세기 하와이 천지창조신화 쿠물리포에서 등장하는 개념으로 '포'는 '영원한 창조물의 심오한 어둠의 원천'을 뜻하고 '웨히'는 '장식물로 치장된 것'을 뜻한다.

질량이 태양 질량의 몇 배 정도 되는 블랙홀에 떨어진다면, 사건지평선에 도달하기도 전에 몸이 찢어져 스파게티처럼 되어버린다. 그러나 태양 질량의 수백만 배 정도 되는 더 크고 무거운 블랙홀 속으로 떨어질 경우, 몸에 가해지는 중력의 크기는 동일하며 별다른 어려움 없이 사건지평선에 도달할 것이다. 그러므로 블랙홀 내부를 탐험하고 싶다면 큰 것을 선택하도록 하자. 우리 은하 중심에는 태양 질량의 약 400만 배 정도 되는 블랙홀도 있다.
스티븐 호킹, 배지은(역), 『호킹의 빅 퀘스천에 대한 간결한 대답』, 까치, 2019, 154p

태양 질량의 400억배에 달하는 최대 블랙홀이 확인돼 학계에 보고됐다.독일 막스 플랑크 외계물리학 연구소(MPE)에 따르면 이 연구소 옌스 토마스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지구에서 약 7억광년 떨어진 ‘아벨(Abell) 85’ 은하단 중심에 있는 타원은하인 ‘홀름(Holm) 15A’에서 이런 큰 블랙홀을 찾아냈다고 밝혔다.
2019.12.05 ⓒ ScienceTimes

블랙홀은 수없이 태어났다 죽은 별들의 시체이다.

보이지 않는 천체 (corps obscurs)
“밀도가 지구와 같고 지름이 태양의 250배 이상인 밝은 별은 그 인력 때문에 그 빛이 우리에게 도달하지 못한다. 이러한 이유로 우주에서 가장 크고 밝은 천체들은 우리 눈에 보이지 않을지도 모른다”
Pierre Simon de Laplace,『 Exposition du système du monde』, 1796

태양과 같은 별의 모든 질량이 아주 작은 크기로 압축되었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날지 상상해보자. 여기서 슈바르츠실트는 이 가상의 점 주위에 갑자기 아무것도(어떤 신호나 빛이나 물질도)탈출할 수 없는 구형 공간 지역이 생겨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 당시에는 이것을 ‘슈바르츠실트 구 Schwarzschild’s sphere’라고 불렀다. 지금은 이 경계를 ‘사건의 지평선Event horizon’이라 부른다. 그 경계 안에서 일어나는 사건은 어떤 것이든 밖에서 관찰할 수 없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었다. 이 경우에 시공간은 단순한 굴곡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바닥이 없는 구덩이가 된다. 빛과 물질은 그 안으로 들어갈 수는 있어도, 밖으로 빠져나오는 것은 절대로 불가능하다. 그것은 돌아올 수 없는 지점이다. 빛과 물질은 짜부라지면서 하나의 점으로 압축되는데, 부피가 0이고 밀도가 무한대인 이 점을 ‘특이점Singularity’이라 부른다. 특이점에서는 일반 물리학 법칙이 모두 완전히 무너지고 만다.
마샤 바투시액, 이충호(역), 『블랙홀의 사생활』, 지상의 책, 2017, 77p

균일하게 구형인 별은 밀도가 무한대인 점, 즉 특이점으로 수축될 것임은 이미 명확했습니다. 특이점에서는 아인슈타인 방정식이 먹히지 않습니다. 이는 밀도가 무한대인 점에서는 미래를 예측할 수 없음을 뜻합니다. 또한 별이 붕괴할때마다 뭔가 기이한 일이 벌어질 수 있음을 암시합니다.
Stephen Hawking, The Reith Lecture, BBC 4

만일 우리가 블랙홀 속에 들어가면 우리는 곧바로 먼 미래로 나올 겁니다. 요컨대 블랙홀은 이런 것이죠. 먼 미래로 가는 지름길.
카를로 로벨리, 김정훈(역), 『보이는 세상은 실재가 아니다』, 쌤앤파커스, 2018, 223p

그러나 유의해야할 점이 있다. 블랙홀은 인식에 있어서의 구멍일 뿐이다. 그러니까 블랙홀은 어느 은하 속에 있는 관찰자의 활동과 관련하여 구멍이 될 뿐이며, 결코 실재에 있어서의 구멍이 아니다. 그것은 오히려 일종의 구체, 즉 어떤 마술과 같은 공이다. 그러니까 거기 접근하는 모든 것은 즉각적으로 그 일부가 된다. 매우 작은, 그러나 인정사정없이 들러붙게 하는 덩어리로서 죽은 별은 무(구멍)와 초현실(밀도가 높고 그 자체에 닫혀 있으며 지나가는 모든 것을 붙잡아 그 자체와 구별되지 않게 만드는 덩어리)의 경계에 머무른다. 언제나 그렇듯 (여기서는 분명히 잘못 선택된 그 ‘구멍’으로 가는)검은색은 식별되지 않는 것들을 상징하며, 결여와 초과를 상징한다.
알랭 바디우, 박성훈(역), 『검은색』, 민음사, 2020,9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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